넌 모르잖아 알록달록한 세상.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더글로리 속의 대사입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주인공 중 한 명인 전재준이 색맹 즉 색각이상을 겪고 있기 때문에 색각이상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습니다. 드라마 속 전재준의 색각이상 증상으로 인한 행동과 콤플렉스 때문에 사람들은 색각이상이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많이 궁금해했습니다. 이러한 색각이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색각이상의 개념
시세포 문제 등이 원인이 되어서 정상인과 다른 색각을 인지하는 것을 색각이상이라 합니다. 이러한 색각이상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입니다. 대한민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색각이상자는 163만 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남성의 5%, 여성의 0.5%가 하나 이상의 색각이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에는 색각이상자를 모두 색맹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단색형색각이상 등의 아주 일부 색각이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색각이상은 특정한 색에 있어서만 색 분별 능력이 저하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전혀 볼 수 없다는 색맹이라는 단어보다는 색각 구별 능력이 제한받는 다양한 형태를 고려하여 색각이상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가 인지하는 색은 물체 그 자체의 색이 아니라, 어떠한 물체가 빛을 부분적으로 흡수하고 부분적으로 반사하는 빛의 색입니다. 색각이라는 것은 적외선과 자외선을 제외한 가시광선 영역 내의 파장에 따른 물체의 색상을 우리 눈에서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각자의 눈과 뇌신경에 따라 어떤 물체를 보고 각자가 인식하는 색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색각은 주관적인 감각입니다.
삼원색 이론은 일상의 모든 색은 파란색, 적색, 녹색 이 세 가지의 혼합으로 다 표현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눈의 원뿔세포는 빛이 눈 안에 들어왔을 때 세 가지 색을 인지할 수 있는 세포들이 있습니다. 이 세포가 눈의 중심 황반에 한 700만 개 정도에서 몰려 있습니다. 적색 원뿔세포는 적색을, 녹색 원뿔세포는 녹색을, 청색 원뿔세포는 청색을 인식합니다. 삼원색 이론에 의하면 이렇게 인식한 세 가지 색이 삼원색 이론에 의해 조합되어 우리가 여러 가지 색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원뿔 세포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색각이상 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색각이상의 원인 및 종류
색각이상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선천적 색각이상과 후천적인 색각이상이 있습니다. 후천적인 색각이상은 다른 질병이나 감염의 증상 및 합병증, 약물의 부작용 등으로 나타나는 것으로서 전체 색각이상의 1% 미만입니다. 대부분의 색각이상은 선천적인 색각이상입니다. 그리고 제일 색각이상과 제이 색각이상은 열성유전이고 X 염색체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남자에게서 발생합니다. 하지만 상염색체 유전과 관계된 제삼 색각이상과 단색형 색각이상은 남녀 비율의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색각이상의 종류는 정상적인 원뿔세포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삼색형색각자, 이상삼색형색각자, 이색형색각자, 단색형색각자로 구분됩니다. 삼색형색각자는 적색 원뿔세포, 녹색 원뿔세포, 청색 원뿔세포 모두 정상인 경우로서 정상색각인 즉, 정상적인 경우입니다. 이상삼색형색각자는 적색 원뿔세포, 녹색 원뿔세포, 청색 원뿔세포 모두 존재하지만 한 가지 원뿔세포에 문제가 있어서 특정 색파장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색형색각자는 위 세 종류의 원뿔세포 중 두 가지만 지닌 경우입니다. 단색형색각자는 원뿔세포가 한 가지만 있거나 전혀 없는 경우입니다. 원뿔세포가 전혀 없는 경우는 색맹이라고 표현할 때처럼 전혀 색을 구분할 수 없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안구가 불안정한 안구진탕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색각이상은 문제가 있는 비정상 원뿔세포의 종류에 따라 제일 색각이상, 제이 색각이상, 제삼 색각이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일 색각이상은 적색 원뿔세포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적색이 빛의 삼원색 중 제1색이기 때문입니다. 적색 원뿔세포가 완전히 없으면 적색맹이라 하고 적색 원뿔세포가 있지만 분광 민감도가 광색소 차이에 의해 정상과 다른 경우에는 적색약이라고 합니다. 제이 색각이상은 녹색 원뿔세포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제삼 색각이상은 청색 원뿔세포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아주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드문 형태의 색각이상입니다. 녹색 원뿔세포 또는 청색 원뿔세포가 완전히 없으면 녹색맹 또는 청색맹이라 하고 녹색 원뿔세포 또는 청색 원뿔세포가 있지만 분광 민감도가 광색소 차이에 의해 정상과 다른 경우에는 녹색약 또는 청색약이라고 합니다.
색각이상의 증상 및 치료
색각이상이 있으면 일생생활이 불편할 수는 있지만 그 정도에 따라서 진단 전에는 자신이 색각이상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녹색약이 가장 흔한 색각이상입니다. 이색형색각인 적색맹이나 녹색맹은 원뿔세포 한 가지가 없으므로 해당 색에 따른 불편함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적색맹 또는 제일색맹은 붉은색을 제대로 인지 못해 붉은색과 검은색을 헷갈리는 불편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붉은색을 검은색으로 본다든지, 검은색 옷을 입어야 하는 자리에 붉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간다든지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녹색맹 또는 제이 색맹의 경우에는 녹색을 파란색으로 인식하여 파란색과 노란색 위주로 색상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색각이상 문제를 자각하기 어려우므로 부모의 관찰이 필요합니다.
후천적 색각이상의 경우, 그 원인이 되는 질병이나 증상을 치료하면 그 예후에 따라 색각이상 증상이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천적 색각이상은 원뿔세포의 기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서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착색 콘택트렌즈 등을 활용하여 일상생활에서 색상을 잘 구분할 수 있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렌즈를 크로마젠 렌즈라고 합니다. 가운데에는 특정한 색이 있고 그 주변은 투명합니다. 그래서 이 렌즈를 착용한다고 정상인처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은 한쪽 눈에만 착용합니다. 빨간색 렌즈를 착용한 눈에는 적색 파장이 주로 잘 들어오게 됩니다. 다른 쪽은 즉 색약이 있는 쪽은 적색이 안 들어오기 때문에 빨간색이 잘 들어오고 안 들어오는 차이를 통해서 대비가 더 잘 되어 색깔을 더 잘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즉 특정한 색깔을 더 잘 구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지만 정상인처럼 보이게 할 수는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이 조금은 확인되었습니다. X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실어서 눈 안에 주입하는 실험이 최근 이루어졌습니다. 완전 색맹 환자 9명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서 색 구분 능력이 유효하게 회복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향후 이러한 연구가 발전된다면 색각이상 치료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